- 해체공사 민원은 감리에게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 상주하는 사람이 감리라서입니다.
- 그런데 해체공사 민원에서 감리는 보상 협상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응대 주체가 시공사임을 초장에 정리해야 합니다.
- 감리가 할 일은 기록입니다 — 민원 발생 로그, 작업 전·후 사진, 관청에 대한 선제 설명.

지난 편에서
1화에서 5월 28일에 그 합의는 지켜지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이번 편이 그 5월 28일입니다.
해체공사 민원이 감리에게 어떻게 오는지를 보여주는 편입니다. 그 전에 사흘이 있습니다. 담장을 뜯고, 방음벽을 걷고, 가설울타리를 세운 사흘입니다. 일이 터진 건 공사가 제일 잘 돌아가던 날 오후였습니다.
5월 26일 — 담장을 뜯고 방음벽을 걷었습니다
인접 단독주택과 면한 블록담장을 인력으로 선해체했습니다. 장비를 안 쓴 건 1화에서 합의한 조건입니다. 앞쪽 벽돌담장은 인력 브레이커와 소형 굴착기로 철거했습니다.
같은 날 주유소에 원래 있던 기존 방음벽도 걷었습니다. 경량철골 기둥부터 해체했고, 나온 부재는 대지 내 공지로 옮겨 바로 분리반출했습니다. 현장에 쌓아 두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27일에는 토양오염조사 시추 위치를 지정했습니다. 화단 쪽으로 3공. 시추장비가 들어올 경로의 바닥 잔재물까지 정리해 뒀습니다.
5월 28일 오전 —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아침에 가설울타리 설치를 시작했다가 비가 와서 잠시 멈췄습니다. 오전에는 인접 주택 마당에서 토양오염조사가 진행됐습니다. 1화의 합의 그대로입니다.
오후에는 비가 그쳐 가설울타리와 RPP 가림막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기둥과 띠장 간격은 1.5미터. 자립식이라 안쪽에서 사재로 받칩니다.
그날 오후 — 해체공사 민원이 현장사무실로 왔습니다
해체공사 민원은 대개 이렇게 옵니다. 오후 세 시 반, 인접 주택 거주자가 현장사무실에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자기네 나무를 너무 많이 가지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리는 뭐 한 거냐. 감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 그러면서 감리 단장의 명함을 가져갔습니다. 건축과에 다시 민원을 넣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갔습니다.
그 가지치기는 민원인이 직접 섭외한 토양오염조사기관이 장비를 넣으려고 친 것이었습니다. 조사도, 조사기관 선정도 민원인 요구로 이뤄진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해체공사 민원은 표면과 속이 다를 때가 많습니다. 단장의 판단은 이랬습니다. 토양오염조사에서 오염토가 안 나올 것 같으니 다른 걸 잡는다는 것. 오염이 확인되면 보상을 받기로 한 합의였는데, 그 전제가 흔들리고 있었던 겁니다.
즉 이건 나무 분쟁이 아니라 보상 협상이었습니다. 그리고 협상 상대는 발주처와 시공사인데, 그쪽에서 나오는 게 없으니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만만해 보이는 감리에게 온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이런 요구가 관철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시공사가 들어주지 않고, 들어줄 근거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런데도 민원은 남고 분쟁은 커집니다. 그 사이에 공사는 멈춰 있고요.
그래서 이런 국면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협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감리가 할 일은 그 협상이 사실 위에서 이뤄지도록 기록을 갖춰 두는 것입니다.
이때, 감리는
해체공사 민원이 들어온 그날 오후 세 시 반부터 네 시까지, 삼십 분 동안 저희가 한 일입니다.
하나. 응대 주체를 시공사로 정리했습니다. 그날 시공사 본사와 통화해 「시공사가 응대한다」를 확인받았습니다. 이걸 늦게 말하면 끝까지 감리가 끌려다닙니다.
둘. 관청에는 저희가 먼저 설명했습니다. 민원인이 「건축과에 넣겠다」고 하고 갔으니, 민원이 접수된 뒤에 해명하는 것과 접수되기 전에 상황을 알려 두는 것은 무게가 다릅니다.
셋. 전화 받는 사람의 문장을 하나로 맞췄습니다. 본사 직통전화를 받는 직원들에게 「당황하지 말고 정식으로 연락 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라고만 답하라」고 공지했습니다. 받는 사람마다 다른 말을 하면 그게 다시 근거가 됩니다.
넷. 사진을 그날 확보했습니다. 가지친 나무를 바로 찍고, 작업 전 사진이 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1화에서 손대기 전 상태를 찍어 둔 게 여기서 쓰였습니다.
다섯. 민원 발생 로그를 만들어 시공사에 요구했습니다. 양식은 네 칸입니다.
| 칸 | 적는 것 |
|---|---|
| 날짜 · 시간 | 언제 왔는지. 「오후쯤」이 아니라 15:30 |
| 내용 · 요구사항 | 무엇을 요구했는지 들은 말 그대로 |
| 기타 — 폭언 여부 | 큰소리·협박성 발언이 있었는지 |
| 대응 내용 | 누가 어떻게 답했는지 |
이 로그가 있으면 나중에 «그때 원래 그랬어요»가 아니라 «5월 28일 15시 30분에 이런 요구가 있었고 이렇게 답했습니다»가 됩니다.
같은 주, 계획서와 현장이 달랐습니다
해체공사 민원만 있었던 주는 아닙니다. 29일에는 다른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다음 주 굴착기 압쇄해체를 앞두고 해체계획서와 실제 공사 순서가 다른 부분이 나왔습니다.
계획서(p.126)는 지상부 캐노피를 해체하기 전에 지하 유류탱크 상부 슬래브를 먼저 해체·반출하고 되메우기한 다음 굴착기가 들어오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일반 건축물이라면 맞는 순서입니다. 지하층 상부에 장비가 올라타는 건 위험하니까요.
그런데 주유소 탱크탑 구간은 애초에 수십 톤짜리 탱크로리가 상시 통행하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지상부 해체 장비 하중은 충분히 버팁니다. 오히려 엉성하게 되메운 지반 위로 장비가 이동하는 쪽이 전도와 침하 위험이 큽니다.
말로 끝난 합의는 사고가 난 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문과 감리일지만 남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
해체공사 민원은 시공사가 해결하겠다고 해서 그날은 정리됐습니다. 다만 단장의 보고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맞았습니다. 6월 1일 캐노피와 본동 압쇄해체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굴착기 앞에 드러눕습니다. 그다음 날 환경위생과에 신고가 들어가고, 작업시간과 소음도를 제한하는 행정처분이 떨어집니다. 3화 — 해체공사 소음, 아무 작업을 안 해도 60데시벨인 현장에서 이어가겠습니다.
해체공사 민원이 감리에게 올 때
같은 상황을 겪고 계신다면, 저희가 그날 지킨 순서는 이렇습니다.
| 하지 않은 것 | 한 것 |
|---|---|
| 보상 협상에 끼어들지 않았다 | 응대 주체가 시공사임을 그날 확인받았다 |
| 그 자리에서 잘잘못을 다투지 않았다 | 관청에 먼저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
| 명함을 안 주겠다고 버티지 않았다 | 요구 내용을 민원 발생 로그로 남기게 했다 |
| 「원래 그랬다」고 말로 하지 않았다 | 가지친 나무와 작업 전 사진을 그날 확보했다 |
덧붙이면 이 현장의 해체계획서도 저희가 쓴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감리자로 지정받았습니다.
저희는 해체계획서를 직접 쓰고 검토하는 건축구조기술사 사무소이자 안전진단전문기관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이 작성한 계획서를 들고 현장에 서도 어긋나는 지점이 먼저 보입니다. 해체계획서 작성·검토와 해체감리를 함께 맡고 있습니다. 공사개요와 도면을 보내주시면 상담이 훨씬 빠릅니다.


